최근 읽은 책 중에 '미쳐야 미친다(不狂不及)'란 책이 있다. 조선 지식인들 중 한 분야에 미쳐 전문가, 즉 매니아가 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쓴 책인데 그 중에 '김득신(1604~1608)'이란 독서광 이야기가 나온다. 10살이 되어서야 겨우 글을 배울 정도로 선천적으로 머리가 나빴지만 그의 독서량을 보면 저절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백이전(伯夷傳)'의 경우 11만 3천번을 읽었으며, 만번 이상 읽은 책만 해도 36편에 이른다. 만번 이하 읽은 책은 셈에도 치지 않았다 하니 당시 사람들이 보나 요즘세대 사람들이 보나 가히 매니아라 할 만 할 것이다.

그런데, 하루에도 수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은 한 달에 책 한권 읽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 하니, 정말 웃지 못할 아이러니라 하겠다. 이는 TV, 영화, 인터넷 같은 다른 미디어의 발전과 영향으로 독서에 할애하는 시간 자체가 줄어든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 사회의 독서 캠페인 같은 노력과 관심이 많은 작용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년간 모 방송국에서 책을 선정해 그 판매된 수익금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기적의 도서관'을 건립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한 적이 있다. 마치 방송국에서 선정한 책을 읽지 않으면 책도 읽지 않는 무식한 이로 치부 될 정도로 그 책들은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고 그 수익금으로 도서관도 생겼지만, 그 프로그램은 이제 없어졌고 도서관의 사후 관리 또한 사뭇 걱정이 앞선다.

이 즈음 반가운 소식이 하나 있다. 독서의 적으로 여겨지던 인터넷이 새로운 사회의 독서 캠페인의 매개체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공간을 뛰어 넘는 인터넷의 장점을 살려 서로 읽은 책에 대해 독서토론을 하고 모임을 하는 커뮤니티가 수십만개를 넘어서고 있다.

최근에는 상호 독서 토론과 정보 교환의 수준을 넘어서서 자신이 소유한 책을 다른 사람에게 해방하는 '북크로싱(bookcrossing)'이란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북크로싱은 2001년 미국의 론 혼베이커 (Ron Hornbaker)란 사람이 낸 것으로,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책에 스티커를 부착한 다음 공공 장소 같은 곳에 책을 해방시키는 일종의 문화 게임 같은 성격을 띄고 있다. 책을 발견한 사람은 스티커에 적혀 있는 책 고유코드를 사이트에서 확인하면 그 책의 해방자와 여행 경로를 확인 할 수 있으며, 그 책을 읽은 다음 다시 같은 방법으로 그 책을 해방시켜 주면 된다. 책에 발이 달려 세상을 여행하는 컨셉인 것이다. 현재 그렇게 등록되어 세상을 여행하는 책이 100만권을 넘는다고 하니 인터넷이 책의 적이 아닌 친구가 된 셈이다.

또한 북모임(www.bookmoim.co.kr)에서는 자신이 소장한 책정보를 '사이버서재'에 등록하게 되면, 본인이 살고 있는 거주지역(아파트)/직장/학교/종교 별로 '사이버도서관'이 생성되고 그 책정보가 각 도서관에 등록되어 상호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만약, 같은 직장 동료나 이웃들, 친구들이 어떤 책을 읽고 있고 소장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면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대화의 폭이 넓어지며 더욱 가까워지지 않을까 !!

수년 전부터 일부 대기업들에서는 '독서경영'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고 경영자가 선정한 책을 전 임직원이 읽고 독후감을 써낸다든가 하는 식의 다소 비효율적인 부분도 있는게 사실이다. 앞으로는 인터넷상에 회사 사이버도서관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 사내 커뮤니티의 장도 될 수 있을 뿐더러, 옆의 동료나 선후배들이 가지고 있는 책을 서로 돌려본다면 어느 기업도 실천하고 있지 않는 독서경영이 되리라 생각한다.



인터넷이란 도구를 사용해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재미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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